추천하고 싶은 일.
고물상 이다. 동네 지나가다 보면 고물상 한 두개 정도는 봤을거다. 아마
이런 모습들 흔하게 봤을거다. 저 정도규모면 아마 중상 이상 급으로 최소 매출은 1억 정도되
는 곳일 거다.
정말 직업에 귀천없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땀흘려서 돈 많이 벌고 싶은 놈들은 한번 도전해볼 만하다.
물론 직접 운영을 해보고 싶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방학을 맞이하여 아르바이트라도 뛰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강추하는 일이다. 편의점에서 일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야외에서 땀흘리며 힘쓰면서 일하고, 이것저것 많은 것을 생각하게끔 해줄 수 있는
고물상 일 강추한다.
참고로 난 직접 운영하는 건 아니고 친구새끼가 하는데 거의 매일 놀러가서 일 도와주느라
어떤 방면에서는 그 새끼보다 더 많이 안다.
친구는 지금 하고 있는 고물상에서 정확히 1년간 시간제 알바로 뛰고 나서 고물상 돌아가는 것에 대해서
빠삭하게 익힌후에 그 고물상을 인수한 케이스인데
이전 사장이 더 큰 규모(중상)의 고물상을 일산에 차리기 위해 가게를 그 녀석한테 싼 가격에 넘기고 갔어.
권리금은 무려 100만원
ㅋㅋ 고물상이라는게 큰 규모가 아니면 권리금이랄 것이 없어. 그냥 맨바닥에 고물 받아
정리한 후에 어느정도 쌓이면 포터에 싣고 거래처로 가서 물건 넘기면 되는 일이야.
1. 취급품목 및 규모
우리 고물상(편의상 우리 고물상 이라고 한다)은 규모가 1층의 실내야. 정말 소상중의 소상이다.
공간이 좁아서 파지는 못받아. 컴퓨터,고철, 양은, 스텐, 상동(구리) 그리고 옷 이게 메인이야.
가게 규모는 다 해서 한 40평정도? 방으로 작게 개조해서 사무실처럼 개조해서 실질적으로 적재해놓을
수 있는 공간은 별로 없어.
월세는 보증금 500에 월세 80(부가세는 별도로 냄) 정도. 존나 허름한 공간에 월세 80이면 좀 비싸다고
생각하는사람들도 있겠지만 여기가 홍대입구 쪽 서교동이라 어쩔수가 없어. 좀 잘사는 쪽에 고물상
차려서 월세가 비싸기도 하지만 장점도 있어. 이건 나중에 후술할께.
2. 한달 수입
흔히 고물상 하면 돈없는 사람들이 막장에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아마 순익보면 깜놀하는 사람 많을거다.
고물이라는 게 시세가 매주 바뀌어서 수입도 조금은 변동폭이 큰 편이야. (매일 변동하는 고물의 시세를 알려주는 사이트가 있다)
왜냐면 고철값이 폭락하면 우리도 할배 할매한테 값을
쳐줄수가 없으니 할배 할매가 적극적으로 수집을 하지 않거든.
무조건 오를수록 좋은거야. 우리같은 규모는 고물이 어느정도 차면 중상에 마진 넘기면서 이익보는 구조니까 말야.
결론부터 말하면 내가 한 1년 넘게 그 친구새끼 장부 넘겨본 결과 가게월세 전기세 물세
(실질적으로 요거 말고는 나갈돈이 거의 없다. 우리 정도 규모면 알
바 한명만 그것도 바끈 오후시간에만 잠깐 쓰면되는데( 그것도 ㅅㅂ 내가 다했지. 개새끼가 자기 디스크 있다고
조금만 무거운거 들어오면 전화해서 나를 부름 ㅋㅋㅋ)
많게 찍은 달은 순익 1200만원. 가장 장사 안된 달은 400정도 찍었어. 안 믿길수도 있겠다.
1200은 물론 약간은 크리가 터져줘야 하기도 해.
에피소드 1 :
어느날 어떤 아저씨가 와서는 "저기요...제가 고기집을 정리하고 이사를 가는데 돈은 안 받을 테니 가게에 있는
고물만 좀 치워주실래요?" 이러길래 친구새끼가 고민끝에 알았다고 수락하고 그 다음날 차끌고 그 가게로 갔는데
오잉? 스텐으로 된 석쇠가 엄청나게 쌓여 있는거야. 참고로 스텐은 키로당 천원 중반 정도 돼.
그래서 '저건 아니겠지' 하면서 흐르던 군침을 닦고 일단 주방쪽에서 냉장고 같은거나 가져가자 생각하고
있었는데. 주인이 쌍혀 있는 석쇠를 가르키며 "저거부터 실으셔야 일하기 수월하실 거 같은데요..."
내 친구 " 저거도 다 버리시는거예요?"
주인 "ㅇㅇ"
일단 터져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참으며 차에 석쇠부터 싣고 도중에 쉬면서 담배 한대 피우는데
친구새끼가 "어떻게 하지?" 이러면서 웃더라. 말하기엔 아깝고 그냥 홀랑 다 먹자니 미안한 상황...
결국 주인한테 이거 고물을을 다 팔면 돈이 좀 될 것 같은데 다 판다음에 어느정도 돈을 드리겠습니다.
라고 말하고 처분하고 쓰레기 치워주고 돈을 줬어. 솔직히 치울걸 별로 없었어. 고물로 한번 실어서
중상에 넘기고 또 한번은 쓰레기 적재해서 구청에서 지정한 쓰레기 소각장으로 고고.
쓰레기 소각비 6만원들었고 사장 아저씨한테 정확한 금액은 얘기안하고 10만원 드림.
아저씨는 쓰레기도 치워주고 돈까지 주니 고맙다고 난리났었어. 돈 많이 벌어서 가게 확장해서 이사가는거라서
그런지 이런거 처분하는거에 별 신경을 안쓰더라고 ㅋㅋ
우리가 취한 이익금은 위의 16만원빼고도 순익 105만원이었지.
에피소드 2
고등학교 아들새끼를 둔 애미가 우리 고물상으로 찾아옴.
"아저씨 저희집에 와서 티비하고 컴퓨터 같은 것좀 가져가실수 있어요?"
이런 말 들으면 빡친다. 티비라고 하면 브라운관 통비티 같은거 받아봤자 3000원정도밖에 안 주는건데
그런건 들고와도 별로 안 반가운데 집에까지 와서 가져가라니...그래도 컴퓨터가 있다는 말에(컴퓨터는 아무리
옛날 거여도 못받아도 만원을 받거든) 친구새끼가 구르마 탈탈 끌고 그 아주매미랑 같이 그 집을 가기로 함.
아주매미 : 그걸로는 옮기기 좀 힘들텐데...
친구 : 괜찮아요
구르마가 일반 구르마가 아닌 좀 큰 거 였어 (이사짐 옮길때 쓰는 넓은 구르마)
어쨌든 아주매미를 따라간 친구가 한 10여분쯤후에 전화가 왔어.
"야 포터끌고 가게 문닫고 이리좀 와봐"
급히 포터끌고 친구가 불러준 주소로 갔는데 ㅅㅂ 차가 두대 들어갈수 있는 차고에 마당에
연못까지 있는 집이었어. 사정을 들어보니까 아들새끼가 고등학생인데 공부는 안하고 게임하고
티비만 쳐 본다고 극약처방 차원에서 아주매미가 빡쳐서 아들이 집에 있는데 우리를 불러서
프로젝션 티비 (졸라크고 아름답고 무거움), 플레이 스테이션, 삼성노트북, 데스크탑 컴퓨터(졸라신삥)
를 무상으로 가져가라고 그러더라고.
그래서 일단 차에 싣고 고물상으로 가져오기는 했는데, 아주매미가 돈이 얼마나 많은지는 몰라도
마음이 바뀔수가 있으니 한 3일만 기다려보자고 했지. 3일후에 아줌마한테 전화검과 동시에
녹취버튼 누르고 "이거 다 그냥 버리시는거죠? 처분하겠습니다" 하고 동의를 얻어낸 후에
뽐거지들이 싫어하는 옥션에 중고로 처분해버림.
정확히 기억나는 금액은 노트북은 80만원에 팔았고 프로젝션 티비는
와서 떠가는 조건으로 40만원에 헐값에 업자한테 넘김. 플레이스테이션은 우리가 쓰고
데스크탑도 우리 고물상에서 그냥 쓰기로 하고 종전에 쓰던 컴퓨터를 팔아버림.
물론 그 날은 소고기 회식.
3. 노동강도?
좃나 없다. 고철 한번에 100키로 200키로 이렇게 안가져온다. 노인네들이 무슨 힘이 있다고 그렇게 가져오냐? 끽해야 리어카에 실어올수 있는 정도
인데 그것도 이거저거 빼면 한번에 50키로 이상 가져오는 사람도 별로 없어. 50키로 가져와도 한뭉치가 아니니까 나눠서 옮기면 되는거고 이마저도
그냥 길거리에서 우리 트럭에 바로 실어버리니까 저울에 달고 바로 차로 던져넣는 시스템이야. 한차 꽉 차면 바로 중상으로 고고고
노가다 뛰는 거보다 훨씬 쉽다. 그나마 옷 빼는 날이 좀 빡세긴 한데, 전화하면 옷 전문으로 받아가는 곳에서 와서 한국인하고 흑형 한명와서
지네들이 저울에 재고 다 실어간다. 흑형들 힘 졸라 세고 착하다. 그 더운 여름날 힘들게 일하면서도 실실 웃고
음료수처럼 작은 거 하나에도 땡큐땡큐 하면서 졸라 감사해하더라.
고철같은거는 받는 즉시 차에 적재를 해 버리기때문에 실상 옮겨서 싣는 거는 양은 스텐 같은 비철들만 옮겨 실으면 됨.
군필들한테는 그다지 힘든 강도의 일이 아님.
4.기타
4-1. 손님을 모으는 노하우 (우리가 현금을 주고 매입하는 갑이지만 일의 특성상 할머니 할아버지를 손님으로 대해야 함)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대부분 주워오는 물건들이고 대부분의 손님들이기에 할머니 할아버지들한테 잘해줘야 됨.
이 근방에 고물상 경쟁이 치열해서 큰 업체가 하나 있는데 맨날 돼지고기 수육에 막걸리 이런거로 할아버지들 오면
접대하고 그러는데 막상 할아버지들은 그 곳에 파지만 넘기고 우리 고물상에는 양은 스텐 같은거 가지고 오신다.
"야 그거 고기 술 다 우리돈으로 사는건데 ㅅㅂ" 이러는 할아버지들이 한두명이 아니야. 왜냐면 같은 무게를
가지고 가도 우리가 돈을 훨씬 잘 쳐주거든. 그러니까 파지는 어쩔수 없이 그쪽에 넘기고(왜냐면 그 고물상에서
리어카를 무상으로 빌려주기에 그 고물상을 매일 가긴 해야함) 나머지는 우리에게 넘기심.
근데 웃긴건 노인분들이라 그런지 많이 드시질 못한다. 그냥 막걸리에 김치 몇조각이 끝이야. 우리도 가끔 집에서
고구마나 옥수수 같은거나 미숫가루 이런거 시원하게 해 놓으면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소화가 잘 안된다고 대부분
잘 안드시고 막걸리에 김치 몇조각 혹은 냉커피 한잔 딱 드시고 가심...
그리고 돈이 얽혀있다고 해서 갑을의 관계가 아닌 사람대 사람으로의 관계를 형성하는게 굉장히 중요해.
특히 혼자 사는 노인분들이라 그런지 손자뻘 되는 젊은 사람들하고 얘기하는 걸 굉장히 좋아라 하심.
가져오신 물건 다 정리하고 돈 치워드리고 앉아 계시면 그 앞에 딱! 앉아서 한 20-30분 얘기들어주는 것도
유용한 영업 방법중에 하나야. 친구새끼는 일을 해야 하니까 주로 내가 말벗이 되어드리는데 솔직히 듣고 있으면
재밌기도 해.
구르마에 고물 끌고 초라한 행색으로 오시는 분들 중에는 홍대에 건물 2개 가지고 있는 할아버지도 있고
자식이 시의원인 할머니도 있고 그래. 그 할머니 등도 굽었고 행색도 초라하고 그래서 불쌍하다 생각했는데
친구새끼랑 고깃집에 가서 고기먹을라고 차 주차하고 있는데 옆에 벤츠가 서 있어서 조심히 주차하고 내렸는데
누가 "총각 고기 먹으러 왔네?" 해서 쳐다봤는데 그 초라한 할머니가 귀부인처럼 입고 아들의 벤츠에 타더라....
"내일봐" 하며 떠났는데 그 옆에 세워진 내 아반떼 xd 가 초라해보였음....(풀옵션인데 ㅅㅂ)
함부로 '돈 없는 노인인구나' 이렇게 함부로 생각하면 안된다.
4-2 부자동네에서 고물상.
네비게이션 엠피쓰리 닌텐도 디에스 이런거는 거의 일주일에 2-3개는 꼭 들어오고....근데 이런거만 노리고 사갈려고 하는 양아치들이
있음. 근데 나랑 내 친구도 컴퓨터 가전 이런쪽에 밝아서 가격 후려치면 깨갱하고 스스로 가버린다.
그리고 헌옷 신발 이런것도 키로당 400원 정도로 받는데 받다보면 새것보다 좋은 것들도 더 많이 들어온다.
텍도 안뗀 신상 나이키 아디다스 티셔츠 신발, 가방 이런거 졸라 많이 들어와서 사이즈 맞는거면 무조건 뺴놨다가
사이즈 맞는 친구새끼들한테 뿌려줌. 친구가 고물상 하는 동안 신발하고 옷은 돈주고 사본적이 없는 것 같다.
돈 많은 새끼들이라 사이즈 안 맞으면 쳐 받아놨다가 그냥 버리나봐 ㅋㅋ
필력이 별로 없어서 다시 읽어봐도 졸라 재미없는거 같다.
하여간 고물상 한다고 돈 못벌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열심히 돈 많이 번다. 특히 고정적으로 오는 할배 할매들 얘기 잘 들어주고
명절때마다 작은 선물 하나씩 안겨주고(노인네들은 이런거 감동하고 충성을 맹세함) 얘기 잘 들어주고 그러면 단골 고객 된다.
고철줍고 다니는 할배 할매들 없이 산다고 무시하고 들어가는 마인드 갖고 있는 새끼들은 하지마라. 꼬박 꼬박 인사하고 공손하게
할 새끼들만 해라. 고물상 하고 있는 내 친구 새끼도 외아들이고 아버지가 서교동에 시가 20억짜리 건물있어서 월세만 받아먹어도
충분히 사는 새낀데 지가 돈 벌어서 먹는 장사 하고 싶다고 졸라 열심히 했다. 자가용도 안사고 중고택트 타고 다니면서
출퇴근함. 아침 7시부터 나와서 손님 받고 (할배 할매들 새벽에 고철 주우러 다녀서
일찍 열어야 됨) 밤 9시까지 일함.
지금은 돈 어느정도 모아서 고물상 접고 대구에서 음식점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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