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맞춤정장을 사려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건 '핏' 아니겠냐?
비싼 돈 주고 질렀는대 시발 이건 기성복하고 별 차이 없고, 내 체형에 맞춘다고 샀는대 그 차이를 느끼지 못할 때 빡치는 거지.
일단 정상적으로 맞춤이라고 부를수 있는 정장은 1차 가봉과 2차 가봉을 거쳐서 비접착 방식으로 제작한 정장만을 비스포크 방식의 맞춤정장이라고 할수 있다.
그 외에 사이즈를 재는 체촌을 하지만 체촌한 치수를 공장에 넘겨서 기성복의 누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약간의 패턴수정을 통한 공장형 패턴오더 방식이 있다. 이 경우에 가봉을 안하거나, 가봉을 하더라도 패턴의 수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대략의 수정만이 이루어진다. 쉽게말해 기성복과 맞춤의 중간수준이라고 보면되는대 엄밀히 말해 맞춤정장이 아니다.
또 하나는 체촌 후에 흔히 말하는 체킹복이라는 기준이 되는 여러형태의 패턴으로 제작된 옷을 입어보라는 경우가 있는대 이건 정말로 문제가 심각한 양아치 수준의 매장이니 뒤도 보지말고 돌아나오면 되겠다. 치수를 재긴하지만 결국에 기성복에 맞추어진 패턴을 가지고 니 치수에 맞춰서 옷을 고치겠다는 건대, 그럴 바에야 적당한 기성복 사서 입는게 좋지 시간버려 돈버려 완전 병신짓이다.
그럼 이제부터 맞춤정장의 제작과정을 따라서 그에 따른 세세한 부분과 실제적으로 도움이 될만한 자세한 내용을 araboja.
맞춤정장은
“원단선택 - 체촌 – 패턴제작과 재단 – 가봉 – 가봉수정 – 봉제와 손바느질(입체과정, 비접착손바느질, 봉제) – 2차가봉 – 부자재장착 및 마무리”
의 순서를 거쳐서 완성된다.
1. 원단 선택.
일단 제일 중요한게 원단 아니겠어?
보통 양복점 가면 이런 번치북을 보면서 원단을 고르게 된다.
보편적으로 이태리와 영국의 양모원단을 최고로 친다. 그럼 갓성의 국뽕 제일모직 원단은? 아쉽게도 네임밸류나 품질에서 이태리나 영국의 원단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평이다. 하지만 슬퍼하지 마라. 이태리와 영국을 최고의 원단으로 치지만 그 다음 레벨로 우리나라와 미국의 양모원단을 그 바로 아래 레벨로 친다. 사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제일모직의 원단 중에서도 상위 급에 속하는 (굳이 란스미어까지 가지 않더라도) 슐레인이나 1pp급만해도 어지간한 이태리와 영국의 원단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맞춤양복을 구매할 때 금수저를 제외한 일반인들이 가장 보편적으로 접할 수 있는 제일모직의 원단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제일모직의 원단은 등급 순으로 란스미어 – 1pp – 슐레인 – vip – 템테이션 – 프레스티지 – 제니스 등의 원단을 생산한다.
각 원단의 자세한 특징은 구글링이나 네이버를 이용해라.
란스미어부터 슐레인까지는 옷의 관리가 쉽지 않고, 고가 원단 라인이라 비루한 출근충들이 선택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vip도 좀 비싼감이 없지 않고 울 100%라 정장입고 활동량이 많은 직장(대표적으로 영업직)에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국민원단이라고 불리는게 템테이션과 프레스티지다. 울 95%에 폴리5%의 혼방인대 옷의 변형과 구김이 적고 여름에는 폴리특유의 조금은 까슬한 감촉으로 순수 울 원단보다 청량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제니스도 나쁜 원단이라고는 할수 없겠지만 폴리의 함유량이 15%에서 많게는 20%정도라서 싼맛에 여름정장을 입을 경우가 아니라면 비추하고 싶다.
수가 높을수록 좋은원단이다? 대체적으로 맞는 이야기다. 그런대 수가 높을수록 원사의 굵기가 가늘기 때문에 옷관리하기가 어렵다. 돈이 많은 금수저가 아니라면 워단 딸칠려고 지나치게 높은 수의 원단으로 옷만들어 입고 싸돌아 다니면 옷 병신되는거 순식간이니 잘 선택하길 바란다.
2. 체촌
줄자로 이리저리 몸사이즈를 재는과정이다.
따봉성님의 국대단독 체촌과정.
이거는 뭐 니가 선택하고 자시고 할게 없다. 그냥 체촌하는대로 몸을 맡겨라. 그리고 어깨펴고 허리와 가슴을 편 바른자세로 체촌해야한다.
주의 사항이라고 한다면 체촌하러 갈 때 정장차림이나 적어도 슬랙스바지차림같은 얇은 옷을 입고가라. 청바지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겠다. 옷이 두껍기 때문에 정확한 체촌이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실력 있는 테일러들은 그걸 다 감안해서 체촌 하긴 한다만.
3. 패턴제작과 재단
정장을 보면 등판 같은 경우에는 두 개의 천이 합쳐져서 등판을 이루고 다른 부위도 각각 조각조각의 원단들이 합쳐져서 만들어 진걸 알 수 있다. 이런 조각들을 패턴이라고 하는 대 종이에 먼저 그리고 그걸 천위에 올려놓고 다시 한 번 그려서 그 선을 따라 잘라서 재단한다.
패턴제작과 재단은 옷의 전체적인 스타일을 결정하는 작업이다. 따라서 체촌 후에 어떠한 스타일의 옷을 원하는지 너희들이 원하는 바를 명확히 설명해줘야 한다. 제발 폰팔이 패션을 요구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기를 바란다. 하긴 제대로 된 테일러라면 고객이 그런 근본 없는 옷차림을 원한다고 했을 때 올바른 복식이 어떤 것 인지 잘 설명해 줄 것이다.
요런식으로 말이지. 체촌 끝나면 전체적인 스타일에 대해서 니가 원하는 바를 말했으면 가봉하러 오라고 할때까지 히키짓을 계속해라.
4. 가봉
재단된 패턴을 시침이라고 부르는 간단한 바느질로 대략의 모양을 잡은 뒤에 입혀보고 패턴에 수정할 부분이 어디가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초딩 가정시간에 배웠던 이런 바느질을 시침이라고 한다. 요렇게 대충 꿰매서 만든옷을
요렇게 몸에 입혀보고 잘못된게 있는지 확인한다.
5. 가봉수정
가봉과정에서 나타난 패턴의 수정할 부분을 수정하는 과정이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6. 봉제와 손바느질(입체과정, 비접착손바느질, 봉제)
가봉수정 단계에서 손질한 패턴을 이제는 시침이 아니라 80%정도 제대로 된 옷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시침이 아니라 재봉틀로 박을 부분은 박고 라펠의 부자재를 본드로 붙이는게 아니라 팔자뜨기로 핸드메이드 하는 과정이다. 물론 요즘에는 비접착이라도 매장에 따라 고가 테일러샾이 아닌 경우에는 팔자뜨기 과정을 기계로 하는 경우도 많다. 기계가 좋으나 손바느질이 좋으냐는 많은 의견이 있으나 숙련된 테일러가 운영하는 매장이 아닌 경우에는 차라리 싼값에 기계로 팔자뜨기하는 매장을 찾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비접착으로 공장에서 찍어내는 옷을 팔면서 테일러가 운영하는 비스포크 맞춤정장이라고 하는 구라치는 경우가 많은대 접착과 비접착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구분하는 간단한 방법을 알아보자.
과거에 정장이 대중화되기 어려웠던 이유는 바로 슈트의 앞판과 라펠(카라)부분의 제작이 수작업이 아니면 어려웠기 때문이었어. 이부분의 입체감을 살리기 위해서 2겹으로 덧대어진 섬유 아래에 라펠과 앞판의 입체감을 살리기 위해 부자재를 넣어서 고정시켰는대 이 과정이 수작업이 아니면 어려웠기 때문에 인건비의 압박으로 싼값에 슈트를 보급하기 어려웠다. 그런대 70년대 독일에서 섬유와 섬유를 붙일수 있는 접착재가 발명되었고 라펠속의 부자재를 바느질이 아닌 접착재를 이용한 압착공법을 이용함으로서 슈트의 기성복화가 이루어졌지.
그렇다면 접착식 정장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이냐? 그렇지는 않아. 일단 같은 원단을 사용했을 경우에 제작에 들어가는 공임이 훨씬 저렴하고 옷을 관리하기가 편하다는 장점은 있어. 그런대 옷을 입었을 때 물흐르듯이 몸에 감기는 느낌은 비접착에 절대로 따라올수가 없어.
그럼 접착과 비접착 옷을 어떻게 구별하는지 간단하게 알수 있는 두가지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자.
첫 번째로 라펠의 뒷면을 보는 방법이야.
아래에 나오는 두벌의 옷은 내가 이번 추석에 아버지에게 선물해드린 두벌의 정장이다. 한 벌은 맞춤정장이고 한 벌은 기성복이야.
먼저 우리가 흔히 보는 접착식 기성복의 라펠과 앞면과 뒷면
뭐 별다르게 없는 흔히보는 기성복의 모습이지.
앞면은 여타 다른 정장과 별다를게 없어. 그런대 라펠을 뒤집어서 뒷면을 보면 팔자뜨기의 흔적이 남아있다.
그다음으로 옷 상의 아래쪽 끝단의 안쪽을 보면 알 수 있는 부분.
먼저 접착식
안감과 양모원단이 재봉질로 막혀있다.
다음은 비접착식
그냥 봤을 때는 차이가 없다. 안감과 외부의 양모원단이 분리가 되어 있는게 특징이다.
아까도 말했지만 비접착도 무조건 나쁜 것 만은 아니다. 하지만 이름만 맞춤정장인 많은 패턴오더형식의 매장에서 돈은 돈대로 쳐받으면서 공임 눈탱이 쳐서 비접착으로 팔아쳐먹는 눈탱이에 맞지는 말자는 뜻으로 구별방법을 올렸으니 참고 하길 바란다.
7. 2차 가봉
사람 몸은 곡면이고 옷은 평면의 천에다 패턴을 그려서 옷을 만든 것이니 혹시라도 수정할 부분이 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과정이다. 특이 체형이 아닌 이상 약간의 수정은 있을 수 있어도 대개의 경우 큰 문제 발생 없이 과정이 지나간다.
8. 부자재 장착 및 마무리
이제 수정할거 다했으니 단추구명도 뚫고 단추도 달고 다림질도 하고 혹시나 옷에 잘못된게 있는지 확인한다. 문제 없으면 가져다가 입으면 된다.
대략 이정도의 과정을 거쳐서 맞춤정장이 제작되고 시간은 넉넉잡고 2주에서 왔다리 갔다리 정도라고 보면 되겠다.
여기까지가 맞춤정장의 제작과정이고 이제 실제적으로 너희들이 어떤식으로 맞춤정장에 접근하면 좋을지 알아보겠다.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이고 정답이란게 없으니 지나친 태클은 ㄴㄴ해.
우리나라 토종 맞춤정장의 양대 산맥이라고 한다면 역시나 장미라사와 세기테일러를 꼽을 수 있다. 장미라사는 갓성의 창시자 이병철회장의 제일모직 소
었다가 분리되어서 나온 테일러샾이고 세기테일러는 원조 박통의 정장을 만들었던 곳이다.
그 외에 소공동에 위치한 오래된 역사의 이름난 테일러샾이 여러군대 있다. 하지만 역시나 문제는 돈!!!!
세기테일러의 경우에 기본가 130만원에서 시작해서 원단에 따라 200만원을 훌쩍넘기는 가격을 자랑한다. 거기다 원하는 바느질이나 마감의 옵션을 선택할 경우 그 가격에서 5~15%를 더 지불해야 한다. 평범한 출근충 에게는 굉장히 부담스러운 가격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처음에 맞춤정장을 고려하는 사람에게 추천하는 것이 동대문 종합시장의 원단가게에서 원단을 구매해서 그 주변의 여러 양복점을 둘러보고 자신과 잘 맞는 곳을 찾아보라고 권한다. 이 경우 제일모직 프레스티지나 템테이션 급이면 60정도 선에서 구매할수 있고 태광모직의 원단의 경우에는 50정도에도 가능하다.
물론 패턴의 최적화나 마감의 수준에서 100만원이 넘는 매장에 비교할 수는 없겠으나, 맞춤정장을 시작하는 단계에서라면 그 정도 수준만 되어도 기성복과의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사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아울렛이나 백화점 매장에서 자신에게 맞는 패턴과 사이즈를 확인한 후에 인터넷으로 같은 사이즈와 패턴의 옷중에 적당한 색상을 골라서 구매하는 것이 가장 저렴하게 구할수 있는 방법이긴하다. 이경우엔 백화점에 130이상하는 빨질레리 정장을 40-50에도 충분히 구매가능하니깐. 아니면 가산단지의 아울렛들을 뒤져보는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물론 이런 이야기도 적어도 옷한벌에 50은 쓸수 있을 정도의 형편을 가진 형편의 경우이고 씹창 집구석 소속이 많은 우리들은 무조건 가산단지 2차 아울렛 가는거다. 가서 마음에 드는 패턴이나 사이즈 없으면 대충 사이하고 패턴만 알아뒀다가 인터넷으로 ㄱㄱ해라. 갤럭시gx나 로가디스 p pit 잘 찾아보면 20만원대 중반에 재고 땡처리 하는걸 심심치 않게 볼수 있다. 이중에서 잘 골라라. 20만원 중반대도 못쓸 형편이라면.... 닥치고 마트표 정장이나 2차 아울렛 미친듯이 발품팔아라. 투입 비용 대비 효과가 확실한 순으로 구두 > 넥타이 > (벨트) > 재킷&바지 > 드레스셔츠 순이라는 것이 중론. 특히 넥타이의 경우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용을 거둘 수 있어 가능하면 최고급 브랜드가 권장된다
하지만 큰돈 차이 아니고 60만원 정도라면 한번은 맞춤정장에 도전해 봄직하다고 생각한다. 벤츠가 좋은차라고 해서 우리 모두가 벤츠만 타는게 아니듯이 세기테일러나 장미라사가 좋은옷을 만드는 것은 알지만 우리모두가 거기서 정장을 살 필요는 없다. 자신의 주머니 사정에 맞는 한도내에서 최대한의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기성복을 구매할 돈으로 얼마든지 맞춤정장을 입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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